※ 선택지가 여러가지 있는 것은 어떤 것을 선택하든 결과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뜻합니다.
※ 펜릴 엔딩을 보기 이전, 혹은 '처음 걷는 느낌으로, 계속 걸어가자.' 이후의 선택입니다.
다음은 플레이 하면서 적당히 캡쳐했던 이미지들과 추출해낸 리소스를 종합하여, 개인적인 판단으로 하이라이트라 생각되는 부분부터의 대사를 적어놓은 것입니다.
스포일러(네타)가 될 수 있으니, 정 궁금하신 분들만 보시기 바랍니다.
"---처리해라."
불쾌한 장난감을 처리하는 듯한 어투. 그 말에 아직 남아 있는 오딘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걸 막을 수 있을까, 긴장하는 나를 제치고 나서며. 검은 불꽃이 최후의 막을 불태워 올린다.
"<죄는 주인을 기다린다>."
밀려오는 군세에 대항해 검이 검집에서 벗어난다.
바람을 따라 흐르는 그녀의 가슴을 장식하고 있던 리본. 그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매듭이었던 걸까.
리본이 사라지자 옷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비늘처럼 부스러져 나간다. 허공으로 녹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점화.
- 여느 불꽃과 달리. 밤을 태우는 듯한 검을 불꽃이 허공에 다투어 피어 오르고.
천만마리 검은 나비가 그녀를 감싼다.
"<신이여, 이 몸을 축복하소서---!>"
- 레티, 수르트를 써.
내가 티르와 싸웠을 때 사하 선배가 외쳤던 말은 분명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고 깨달았다.
수르트. 검다, 라는 의미.
검은 거인. 라그나로크의 때 세계를 태우는 불꽃의 마검을 휘두르는 거인의 왕.
그 작은 소녀가 거인의 왕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을 누가 작다고 할 수 있을까.
몸에서 피어 오른 증기 같은 불꽃이 그대로 열검이 되어 적진 그 자체를 찢어 버린다.
평상시와 같은 춤추는듯한 경쾌한 몸놀림. 그 작은 몸의 놀림에 맞춰, 몸에서 피어 오른 열기로 생기는 신기루와 같은 거대한 형체가 따라 춤춘다.
신기루의 거인을 끌고 춤추는 소녀의 모습.
그저 화려하게, 불티의 나비 떼에 휩싸여 달리는 그 앞에 군신의 군대조차 진형을 유지하지 못한다.
발키리들 셋이 일제 사격을 퍼부었지만-- 필중일 총탄들이 도중에 사라져 버린다.
그저 압도적인 에너지로 룬의 마탄을 티끌로 깎아 내버린다.
순식간이었다. 오딘까지의 길이 열린 것은.
오딘을 배신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인하자르와 발키리들은 다투어 몸을 피하며 오딘으로의 길을 열었다.
드러나는 오딘의 모습에-- 의혹보다 본능을 따라 이 몸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함정?
관계없다.
함정이 아니라도, 내가 이 군신에게 이토록 깔끔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 따위. 과연 이 싸움에서 두 번이 올까.
문제라면 레티다. 길이 닫히지 않도록 하느라 이 손에 닿질 않는다.
레티를 기다리면 오딘이 피할 시간을 준다.
결심을 굳혔다.
치명타를 입힐 자신은 없지만, 일단은 오딘에게 타격을 먹이는 걸로 만족한다.
전력으로 내달린다.
이미 신체 능력은 펜릴 원본에 육박하는 이 몸은 오딘이 제대로 회피 행동을 할 틈조차 주기 전에 공간을 씹어 먹으며 달려가.
으스러지게 쥔 주먹을 그대로 명치에 한발 박아 넣고---.
차가운.
정말로 차가운 시선을 돌려받았다.
…타격은 깔끔하게 들어갔다.
폭발적인 질주. 그 끝에서 내달리는 힘을 그대로 끌어 모아 주먹으로 밀어 넣어, 정확하게 타점에서 해방.
어느 권법가라도 인정할 신묘함으로 세계의 늑대의 힘을 때려 넣었다.
인간의 골육으로는 배겨날 재간이 없을 이 일격을.
이 놈, 피하지 못한 게 아니라---
피하지도 않았다.
"…광대 짓은 싫어한다. 특히 그 몸으로 하는 광대 짓이라면-
환멸스럽군."
그 자리가 곧 내 무덤으로 변한다는 오한에 후려 갈겨져서, 그대로 몸을 뒤로 날렸다.
…허세인가?
희미한 기대를 품고 봤지만. 저 경멸의 표정 어디에도 통증을 참고 있는 기척조차 없다. 그건 내 손끝의 느낌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마법을 부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내가 때린 일격이 사라졌다.
아니, 흩어졌다. 어렴풋이 저 방어법을 이해한다.
뚫지 못할 것은 아니다. 단순히 말도 안 되는 효율로 공격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시스템일 뿐이다.
비결은 아인하자르들과의 데미지의 공유. 10만의 아인하자르를 부리는 오딘에게 공격을 먹이면 그걸 10만분의 1로 나누어 가진다.
당연히 데미지랄 것도 없는, 먼지가 부딪힌듯한 충격만이 남는다.
그러니 공략법은 사실 단순하다. 아인하자르와 나누어 가져도 감당 못할, 말도 안 되는 양의 데미지를 먹이면 끝.
하지만 지금의 내 하울링으로는 그 데미지를 내지 못한다. 가능한건 레티.
물론 오딘도 레티의 앞에 까지 몸을 대 줄 의향은 전혀 없어 보였다.
펜릴 이외의 상대에게, 그는 운명적 어드벤티지를 누린다. 그 반격이 레티를 겨냥하고 시작된다.
"노려라."
오딘의 짧은 지시와 간단한 손짓. 그리고---.
레티라는 거인에게 쫓기던 양떼가 그 순간 돌변한다. 몸을 날리고, 땅에 닿는 다음 순간.
그들은 군신의 군대.
방금 전까지의 오합지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방금 전보다 전혀 쇄하지 않은 레티의 일격을 매끄럽게 피해내고, 그 공격의 생긴 빈틈을 달려 레티의 약점을 노린다.
즉 나를.
"---큭."
힘껏 저항하지만 나는 발키리의 일제 사격을 모조리 막아내는 것까지는 무리다. 할수 없이 레티가 내 쪽을 엄호한다.
그로 인해 제약되는 레티의 행동반경.
"가라."
섬세하게. 악기를 연주하듯 허공을 휘젓는 손 끝.
그 간단한 지휘로 시작되었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정교하고 다채로운 움직임이 군대란 생물의 말단에서 터져 나온다.
일제히 쏘는가 싶으면 갑자기 우회하고, 우왕좌왕 흩어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아가리가 되어 날 집어 삼키려 몰려 든다.
하나하나는 보잘 것 없다. 꽃보다 쉽게 꺾을 수 있다.
하지만 열, 백, 천이 포개진 그 줄기는 거목보다 질겨진다.
레티의 열검 앞에 증발해 나가고 있지만….
어느 쪽이 빠를까.
"눌러라."
그래. 저 나무는 쓰러져 가고 있다.
레티란 도끼는 결코 날이 빠지는 일 없이, 언젠가는 세계수라도 찍어 넘겨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는 신중하게 자신을 추슬러. 우리쪽으로 쓰러질 방향을 잡아 간다.
이대로 가면 오히려 이쪽이 파멸이란 걸 알기에 레티는 도끼의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다. 그런 물고 물리기가 반복된다.
이런 수 싸움에서 군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가라. 계속 가라."
천천히 우리의 파멸로 향하는 운명이 완성되어 간다.
깔끔한 조립솜씨의 어디에도 파고들 틈은 보이지 않는다.
힘으로 때려 부수려 하는 시도도 교묘하게 회전하는 톱니바퀴들의 사이에서 슬그머니 실종되어 버리고 만다.
파멸은 분명, 내 예상보다도 가깝다.
이미 당장이라도 불쑥 눈앞에 들이밀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비장의 수단이라면 이미 읽히고 있다. 그리고 읽히고 있는 이상 그건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녀가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기할 정도로 차분한 자세로 일어나 난간으로 향했다.
멀리 북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하늘을 간질이는 듯이 올라가는 난기류.
불꽃의 검이 춤추고 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검 혼자일리는 없겠지.
틀림없이 검을 문 늑대가 사람의 벽 앞에서 헤매고 있으리라.
사랑스러운 광경이었다.
동녘이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구름에서 먹물이 흘러나오고, 미몽으로 격리되었던 이 작은 세계의 가장자리에 균열이 달리기 시작한다.
늑대의 목숨은 이제 정말로 조금.
- 정말은 옆에 있었으면 했다.
이제 막 시작한 이 감정.
아직 단정하기 무서운, ‘처음’.
그렇기에 알고 싶었다.
끝내기 싫었다.
끝이란 걸 알면서도 등을 밀어 달려가게 하고 후회했다.
아니, 그 아이는 끝이란 걸 알면서도 달려 나갔다.
그래서 화도 났다.
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야.
틀렸다.
틀린 건 그녀 였다.
분명.
그렇게 죽는 게 아니다.
평생,
그렇게 사는 거다.
그녀는 난간의 위에 섰다.
하늘도 미숙한 그 몸을 외면하는지. 눈은 내리고 있지 않았다.
바람에 향기가 스친다.
이 바람의 뿌리에--
그녀가 서 있다.
"레티. 끝내자."
그렇다면, 분명 이것이 최후다.
이미 적은 패배를 다방면에서 확정하고, 레티는 그걸 돌려 막고 있는 형상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머리끝부터 옴짝달싹 못하게 잡아 먹힌다.
"---흥."
모든 수비를 포기한다.
나와 레티는 다만 하나의 포탄으로 변해, 오직 오딘을 노리고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산맥이라도 갈라 열어 버릴 늑대와 검의 질주에, 군신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는다. 그 손끝에서 펼쳐진 신호로 군대가 재편된다.
창대를 세우고, 총구를 세워. 막는 곳은.
--- 멀고 먼 학교 옥상을 향해.
아아, 이것도 당연하다는 듯 예측하고 있다.
선배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것이 ‘이동’ 인 이상 이 화망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빛의 빠르기에 육박한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녀에게 ‘측면’도 ‘후면’도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빠르기에 ‘정면’에는 오히려 약해진다. 그리고 쏘는 것은 발키리.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안 돼.
라는 생각만은 하지 않았다.
"가라---!!"
그렇기에 아직 달릴 수 있다.
내가 아직 포기 하지 않았다면. 사실은 나 같은 것보다 훨씬 강한 그녀가 포기했을 리 없으니까.
그렇다면 이 몸이 포기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포기뿐이다.
태양의 여신의 포옹 같은 열기가 내게 온다, 레티가 내 몸을 휘돌고.
어느 순간 내 손에 작은 손이 쥐여지는가 싶더니 곧 묵직하니 그녀가 들린다.
----------------- 죽고 싶다.
그저. 그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이.
신경이 비명을 채 지르기 전에 가닥가닥 끊겨 나간다. 개미떼가 팔을 오르듯, 팔이 숯으로 변해간다.
사방 십리 이내는 이미 공기가 반, 불꽃이 반이었다. 폐가 오그라든다.
분명. 이 검을 들고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놓는다는 행위는, 이미 내 기능에서 삭제 된지 오래다.
목숨이라면,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뭘 바쳐도 남는 장사다.
이 끝에.
이 끝에.
저 녀석이 죽어 자빠져 주기만 한다면---.
"주인도 몰라보는 광견이."
그리고 이 최후의 일격에 오딘도 최초로 손을 쓰고야 만다.
어느새 마술처럼 거머쥔 짧은 창대.
레티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전설로 남기에 충분한 조밀한 룬의 구성이 창 전체에 아로새겨져 있다. 틀림없이 본래 궁그닐이라 불렸던 그의 창.
저 피에 젖은 손 어디에서 저런 섬세함이 나올까.
이 별의 궤도라도 수정해 버릴 수 있을 듯한, 그런 방어로. 오딘은 레티를 미끄러트린다.
홀릴 듯 한 그 곡선은 허공에서 똬리를 한번 튼다. 나도 레티를 돌리지만--
저쪽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아마도 다음 순간 내 목을 가져가겠지만.
-------- 이미 그녀는 여기에 있다.
"---뭐?!"
처음으로 오딘에 경악이 달린다.
제로거리에서. 분명히 콤마 몇 초까지 허공이던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일격.
그것도 범상한 것이 아니다.
보검을 베어내는 예리함을 가진 유니콘의 뿔.
어떻게 생각해도 불가능할 터인 상황에서 방어를 구축해내 그 일격을 치명상 이하로 막아낸 건 신기라 불러주기도 질릴 정도의 실력이다.
그 눈에 불신이 가득 차 있다. 이목을 속인 게 아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그녀는 학교 옥상에 있었다. 그녀의 발로 달려도 짧지 않은 거리.
아니-- 설령 빛의 속도로 달려와도 오딘이라면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네 년, 공간을---?!"
그녀는 이미 군신을 보고 있지 않다.
다급히 몸을 돌려 이쪽을 겨누는 수만의 총구를 보고 있지도 않다.
그 눈동자 속에서 오딘은 자신이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을까.
아니-- 모를 리야 없겠지.
사용자마저 태우고 있는 이 불 지옥을, 곧 그 아가리로 떨어질 자가 잊는 일 따위 가능할 리 없다.
그저.
단순히.
오딘이라 해도 막을 수 없었을 뿐.
"----------."
비명조차 태우며 폭렬이 상처를 비집고 들어간다. 압도적인 열량이 폭격처럼 쏟아져 인간의 장기 뿐만이 아닌 그의 안에 담긴 ‘세계’ 그 자체를 태운다.
아까 내가 맛보았던 ‘분산하는 방어’.
과거 펜릴의 하울링에서조차 죽음을 면하게 했을 그 철벽도 이 거짓말 같은 에너지의 흐름 앞에서 맥없이 녹아 내리고.
"-------."
뭔가를 말하려는 걸까.
작게 입술이 열리지만. 다시 닫는다.
마법과 시의 신은 아무 유언도, 저주도. 남기지 않았다.
분명, 그 시는 일생으로 연주해 왔을 테니까. 그저 마지막 시선을 자신의 군세에 줄 뿐.
그 모습을 묵도하는 수만의 영령들.
그의 마지막 숨결이 불타는 순간. 주군의 침묵에 침묵으로 경배하며 천천히 허공으로 녹아 간다.
---저 발할라가. 패배했다. 우리가 패배 시켰다.
신화로 기록될 승리. 위대한 전공.
…그런 건 이미 머리에서 잊어 버렸다.
오딘을 태우고 넘쳐흐른 열기만으로도 녹아 버린 손바닥에서 레티가 흘러 떨어졌다.
열기에 타버린 망막에서, 선배가 자꾸 흔들린다.
아니, 흔들리는 건 내 몸인가.
---손에서 화산을 뿜은 거나 마찬가지의 화력이었다.
그 폭풍에 이 몸도 이미 죽을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뛸 수 있었어."
비틀거리면서. 볼품없이 다가가는 내게 다가 오며 선배는 미소 지었다.
"나, 뛸 수 있었단다."
"…예."
열기에 호흡기도 얼마간 익어 버렸는지. 탁한 목소리로 웃어 주었다.
"---분명 이 걸로 나는. 시간의 모래를 박찰 재능을 잃었지."
"무슨, 소리세요. 앞으로도."
"나는 네게로 뛰는 달리기를 선택한 거야."
…그건. 너무 커다란 선물이어서. 짓눌려 슬플 정도로.
"너와 함께 있고 싶었어. 그저 ‘지금’, ‘이 곳에’ 있고 싶었어.
…그리고 나는 사실 언제나 ‘이곳에 있었다.’는걸 알았어.
그게, 내가 찾아낸 답이야. 시간을 달리지 못해도, 이 세계를 달리는 법이야.
…네가 찾아준 답이야.
…너무해. 이런 달리기를 알게 하고는. 나쁜 놈."
그 미소가 조금 일그러진다.
"아아, 싫다. 모두 엉망이었어.
결국 시안은 죽은 모양이고. 그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코를 들이밀고 다니고."
"하, 하. 정말이죠."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을 뿐인데.
가장 원하던 것을 찾아 버렸어."
"선배……."
그리고 태양이 떠올랐다.
파삭, 하고 설탕 공예처럼 부서져 흩어지기 시작하는 나의 작은 세계.
천천히 회전하면서. 우리를 중심으로 가장자리부터 도려지기 시작한다.
케이크의 정상 같은, 이 달콤한 세계의 종말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설탕 인형의 모습을 나는 탐욕스럽게 눈으로 마셨다.
…아쉬움이라면, 몇 초 정도의 여유를 좀 더 받았으면 하는 정도지만.
분명 채워질 수 없는 갈망이다.
몇 초의 이어짐은 다음 몇 분의 갈구로 이어지고.
그 연장은 우리 사이에 시작하려 했던 모든 것들을 무한히 갈망 할 테니.
그런 꿈같은 세상이. 이 세상일 리가.
그렇기에 분명 나는 행복하다.
오직 나를 바라보는 이 사람이 모든 행복을 키운다.
아아.
주변이 뭉그러져 간다.
그렇지만 저 미소만은 결코 흐트러짐 없이 빛나고 있다.
분명.
세계에서 마지막 한 점의 빛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저 미소는 분명히 스스로 빛나겠지.
검지만 빛나는 흑요석과 같이.
자랑스럽게 뻗는 뿔과 같이.
미래를 여는 검과 같이.
결국 아무것도 생기지 못했다.
말하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그런 작은 설렘.
그런 것이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사랑이었어.’ 라고 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그 내일이 없으니까.
그러니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 공허에도.
분명 의미는 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도.
아무 사랑도 하지 못했어도.
이 시간들에.
그 순간들에.
틀림없이 의미는 있었을 터.
그렇기에. 나는 긍지를 가지고.
최대한 허세로 나를 치장하면서.
바로 등 뒤.
바로 눈앞까지 부서지며 날리는 세계의 파편 사이.
어떤 파편보다 완벽한 한 조각을 눈에 담고.
눈을 감았다.
(...후략...)
이 이상 옮겨 쓰자니 너무 길어지는데다 감동도 반감(?)되는 듯 하여 간단히 요약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오딘과의 전투에서 승라하고 현실에 남겨진 소현.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까지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런 소현의 앞에 미래에서 찾아온 두명의 소녀가 등장한다.
이들은 바로 소현과 사하의 딸들로, 좌측이 첫째, 우측의 사하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쪽이 5살 터울의 둘째라 한다.
첫째보다 둘째의 나이가 더 들어보이는 까닭은 첫째의 시간을 도약하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에,
둘째보다 더 어린 나이에 과거로 왔기 때문이라던가 [...]
아무튼 소현은 그녀들을 보며 앞으로 자신이 적어도 첫째를 낳고도 5년이란 시간을 더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현실에서 살아갈 희망을 얻으며 나름대로 해피엔딩-! 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사실 펜릴엔딩 직전에 선택지만 바꾸면 사하엔딩입니다.
아아.. 펜릴엔딩처럼 뭔가 쇼킹한 엔딩이 또 있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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