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부 계정을 돌리다보니 어느새 렙 20을 달았습니다.
드디어 상급 룬을 달 수 있다는 두근대는 마음을 억누르며 상점의 문을 두드렸으나,
IP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저는 그저 피눈물을 삼킨 채 상점에서 쫓겨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는 다음을 기약하며 팀의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갈 까봐 조용히 서폿형 챔피언인 알리스타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내 게임이 시작되었고,
저는 제가 보좌해야 할 우리 원딜님과 함께 내려오다가 스카너님의 지엄하신 명에 따라,
샛길로 빠져서는 물가에서 쪼그려 앉은 채 우리 스카너님이 블루를 기다리실 동안 망을 보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원딜님께서는 쓸쓸히 봇으로 내려가셨는데,
더위를 많이 타셨던 모양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늘을 찾아 풀 숲으로 들어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풀 숲에서는 상대 블리츠크랭크님과 애쉬님이 진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 계셨었고,
그런 그들의 밀애 현장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신 우리 원딜님은 황급히 길을 되돌아 가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너그러웠던 그 커플은 우리 원딜님을 친절하게 환영해주시며,
1분 30초가 채 되기도 전에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프리허그의 정신을 몸소 실천해 주셨습니다.
저와 다른 팀원 분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마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별 다른 일 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레벨 6을 찍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봇에서 오랜 시간동안 cs를 챙기시며 말뚝딜을 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우리 원딜님이 참으로 안쓰럽게 보이셨던 모양인지,
보다못한 상대 블리츠님이 바람과 같이 질주하시며 우리 원딜님을 친절하게 자신의 앞 마당으로 모셔가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더니 힘이 불끈불끈 솟아 오르는 안마와 함께 보기만 해도 온 몸이 절로 짜릿해지는 고급 전신 마사지까지 시술해 주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딜님은 더운 날씨에 더위라도 드신 모양인지 온 몸이 축 쳐진것이 참 힘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마치 온 종일 막노동을 하다 밤 늦게 들어오신 아버님처럼 발걸음이 정말 무거워 보였으니까요.
그런 블리츠님의 융숭한 대접을 뒤에서 잠시동안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던 애쉬님께서
이런 우리 원딜님의 상태를 한 눈에 알아보셨는지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몸 보신 하시라고 친히 냉찜질까지 해주십니다.
그들의 성대한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시는 우리 원딜님이 마냥 부럽기만 하던 저는
그들이 우리 원딜님을 집 앞까지 배웅해 주시는 틈을 타 풀 숲에서 뛰쳐나가 그들에게 땅을 치고 박치기를 해대며 온갖 시비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셨던 모양인지 뼈아픈 핵꿀밤을 한대 먹이며 진정시키더니,
아쉬운 나머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우리 원딜님의 뒤를 부랴부랴 쫓아가십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저는 그저 하염없이 서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저는 언제쯤 저런 융숭한 대접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오늘도 가만히 서서 힘들게 말뚝딜을 하시는 우리 원딜님을 보면서
우리 원딜님에게만 차별대우 해주셨던 그들에 대한 자그마한 원망과 함께,
어쩌면 오늘은 저도 그런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은근한 기대감을 품으며 조용히 풀 숲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
일부 원딜님들...
제발 초반에 혼자서 부쉬에 용감하게 머리 디밀지좀 말아줘요..
심지어, 상대편에 블리츠가 있는데 왜 혼자서 부쉬에 들어갑니까...
그리고 제발, 말뚝딜 하지 말고 무빙점 해주세요..
그러니까 쉽게 잡혀가서 죽는거 아녜요...
또, 그런거 살리려고 서폿이 몸이 부서져라 견제하며 서머너 스펠까지 써주면 좀 알아서 도망가줘요..
다시 돌아와서, 혹은 그대로 말뚝딜해서 킬 헌납하는건 뭡니까 대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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